
지금 전 세계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그 주인공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전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압도적인 수치다. 지난 6월 20일 공개된 후 하루 만에 22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누적 조회수는 1억 5880만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영화 흥행 4위를 기록했다. 공개 8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계 각국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고등학생은 “케데헌을 보다가 멤버들이 신라면을 먹는 장면을 봤다. 오전 내내 신라면 생각을 하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한국마트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세안 지역에서 K라면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태국은 75%, 베트남은 53.2%를 기록하며 한국 라면이 현지 시장을 장악했다.
케데헌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케이팝 활용을 넘어선 깊이 있는 문화적 접근에 있다. 7년간 작품을 준비한 매기 강 감독은 “케데헌이 케이팝의 인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품은 한국의 샤머니즘까지 뿌리를 둔 내용으로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고증 면에서 호평받았다.
음악적 성과도 놀랍다. 영화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7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했고, K팝 곡으로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음원 차트 예측 사이트는 다음주 빌보드 1위 등극을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BTS까지 나섰다. 멤버 정국이 케데헌을 봤다고 언급하자, 넷플릭스 댄 린 총괄은 “BTS까지 평범한 팬들이 만든 케데헌 음악을 커버하고 코스프레나 댄스 릴, 팬 아트를 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다”며 놀라워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속편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댄 린 총괄은 “헌트릭스의 다음 모험을 탐구하게 돼 기쁘다”며 “속편에서는 첫 영화의 감각과 독특함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 거론된 실사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OTT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케데헌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7월 점유율은 40%로 1위를 굳혔고, 50대 신규 가입자가 31.1% 증가하는 등 중장년층까지 시청자층이 확산됐다.
케데헌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사용한 ‘코리아니즘’이라는 표현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글로벌 대중문화 언어로 풀어내는 새로운 세계관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이 ‘튀르케리’, ‘시누아즈리’, ‘자포니즘’에 차례로 열광했듯이, 21세기는 ‘코리아니즘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K컬처가 글로벌 문화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난리가 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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